전체 거리 1.6km / 도보 약 20분 소요
영동초부터 강릉터미널을 지나 홍제동으로 넘어가는 길목. 강릉종합터미널은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통합 터미널로 이 곳 뒤편은 강릉시청이, 옆편으로는 교동 솔올 택지지구가, 그리고 앞으로 언덕마루를 오르면 힐스테이트 아파트와 남문삼익아파트로 이어져 남대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도심속 느리게 야생초를 만나거나 생각멈춤을 하기 좋은 거리.
거리 800m / 도보 약 10분 소요
터미널로 향하는 길엔 골목과 차도가 적당히 교차하고 있다. 그 사이사이 치유공간인 전통차전문점 명안. 밝고 맑은 자리라는 뜻의 이 찻집에 앉으면 생각도, 세월도 잠시 멈춰서는 것 같다. 명상이 절로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약선차와 명상의 대가의 향이 느껴지는 이 찻집만의 고즈넉함은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기운이 느껴진다. 그 다음 모퉁이에 있는 개락(GAEROCK). 강릉 사투리로 ‘물건 따위가 많다’는 의미의 개락이 영문으로 자리잡았다. 커피 맛 좀 아는 사람들 사이에 스테디샐러로 평가받고 있는 카페이니만큼 한번 쯤 들러서 봐도 좋겠다.
카페와 가로수가 적당히 여행자들을 반긴다. 이 거리 즈음에서는 생각을 멈출 것. 수행방법의 하나인 ‘사마타’처럼 생각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 길 위에서 그걸 만났으면 좋겠네.
강릉에 전통찻집이 참 많던 시절이 있었다. 그 즈음의 전통차는 청년도, 어른도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는데 한동안 어른들의 점유물처럼 변모해가더니 이제는 다시 티트리처럼 아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유행이 돌고 있다. <공차>처럼 자기 몸에 맞는 차를 마신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많이 알아차렸나보다.
<명안>은 원래 명주동에 있었다. 강릉대도호부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인가 홍제동으로 옮겼다. 차를 연구하는 선생님들이 계신 곳. 차와 테라피, 약선차와 다도, 그리고 다양한 다구와 다기세트에 관심이 많으신 원장님은 거의 컬렉터 수준에 가깝다. 귀한 다구와 다기세트가 가득할뿐더러 귀한 차도 많이 모으고 계시기에 가끔 정말 좋은 차맛을 선보이시는 날 찾는 손님은 복 받은 날이다. 혀끝을 감도는 감미로운 차의 맛과 그 보다 먼저 코끝을 파고드는 은은한 차향에 빠지게 되면 한 나절 그 차와 귀한 만남 갖기도 한다. 추사 선생이 일찌감치 <명선>이라 칭했던 초의선사의 차처럼 귀한 차는 선과 같아서 그 향기에 서려있을 시간의 깊이와 자연의 섭리를 되새기게 한다. 차는 <명안>이 좋다.
거리 800m / 도보 약 10분 소요
생각을 멈추고 걷다보면 비로소 발길에 머무는 바람소리와 야생초를 만난다. 발길위로 때론 민들레가 때론 맨드라미나 봉선화가 날아든다. 골목마다 개나리와 목련, 라일락이 반기며 들장미나 명자나무가 햇살에 선홍빛으로 빛나기도 한다. 때로 감꽃 하나 툭 떨어지걸랑 느리게 봄이 가는 소리인가 하네.
가을이면 낙엽이 우수수 바람소리보다 먼저 떨어진다. 골목마다 어머니들의 장독대 덮는 소리와 곶감이나 무청 시래기를 말리는 풍경이 정겹다. 이게 사람 사는 일이지. 골목에서는 누구나 고향의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제일강산 언덕마루에서 오래된 연립주택 언저리에 산들거리는 들국화 향기에 마음 빼앗기고 힐스테이트 옆 골목 너머 남대천 내려다보이는 고갯마루에 가득한 단풍나무에 눈길 빼앗겨도 나는 모르겠네. 올해도 첫눈은 참 늦게 내리겠다.
강릉 경포대를 다녀갔다는 사람에게 묻는다. 경포대에서 뭘 봤냐고? 백사장을 봤다는 많은 사람들은 경포대엘 못 가본 이들이다. 호수변 정자각이 정확히 경포대. 그 누정에 오르면 <제일강산>이라는 잘 생긴 현판이 있어 이곳에서 호수를 봐야 제대로 경포대를 본 거다. 물론 조선시대 중반까지 경포대는 그 보다 바다쪽 앞산인 인월사 자락에 있어 바다와 호수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걸로 김홍도 선생도 경포대 화첩을 그렇게 그려놓았다. 이 제일강산은 오래도록 강릉의 별호였으며 강릉시청 앞에 큰 바윗돌에도 그렇게 새겨져있다. 그리고 고속버스터미널 옆 강릉관광개발공사 맞은편으로 숨겨진 언덕에 <제일강산>이라는 식당이 있다. 이십여 년이 넘는 세월을 그 곳에서 그 이름표로 서 있다. 산양삼 한 뿌리 하나 올라앉은 삼계탕. 삼계탕의 맛으로 치면 전국 어디에 내 놔도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진국이다. 아무리 무더운 여름이라도,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이 삼계탕 한 그릇 먹고 나면 보양은 그걸로 마무리다. 언덕마루로 봄이면 명자나무가 더없이 붉고 선명하게 피며 때로는 맨드라미가 때로는 들장미가 이웃하여 핀다.
우리시대에 별미기행을 꼽으라면 강릉에 이 삼계탕 집을 넣고 싶다. 물론 집에서 직접 담근 김치와 명이나물, 양파절임 등등은 덤이다. 천천히 느리게 약초들과 함께 빚어낸 세월의 맛. 그 맛이 아무 때고 들러 건강 한 그릇 뚝딱 해치우라 손짓 한다. 곰살궂은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와 서비스도 좋아 단골들이 많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잘 차린 한 상 백반도 좋으니 아무 때고 편하게 들러 맛있는 한 끼 자신에게 보상하기를.